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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씨의 책을 몇 권 빌려서, 한 번에 몰아 읽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책이 아니었던지라, 턱턱 막히기도 했다. 단편집이었던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그랬고. 그래도 비교적 부드럽게, 술술 읽혔던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는 달리, 구성부터 무엇 하나 쉬울 것이 없는 이 책, <7번 국도 Revisited>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Revisited인 이유는, 원래의 저서 <7번국도>를 다시 쓴 것이기 때문, 이라고 한다. 물론 나야 <7번 국도>를 읽어보지 못했으니 그에 따른 별다른 감동은 없었지만.

결국, 무엇이었을까. 알라딘의 한 회원분의 말을 빌리자면, 「진부한 이야기를 세련된 문체와 독특한 구성으로」살려낸 책이라고 평가했다. 내용이 쉽지 않은 소설의 숙명과도 같이, 이 책도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그런 가운데 저 한 마디는, 그런 상반된 평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진부한 이야기, 어려운 구성은 마이너스적 요소. 세련된 문체와 독특한 구성은 플러스적 요소. "어려운" 구성이기도 하고 "독특한" 구성이기도 한 특유의 구성 방식은 사람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왜냐,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되거든. 최근에는이런 역순행적 구성이 더이상 어색한 것만은 아닌데, 사실 단순히 한 번 읽는 것으로 내용 정리가 어렵다. 내가 최근들어 읽었거나, 본 작품들- 예를 들어 (최근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공의 경계>같은 작품도 그랬고, 스토리상 왔다갔다하게 되는 <Steins; Gate>까지도-도 하나같이 그랬다. 딱 서사가 끝나는 순간, 아, 그랬구나, 하는 장치를 넣어주지 않으면 결국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안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의 경계나 슈타인즈 게이트는 둘 모두 날짜(공의 경계는 연도와 월, 슈타인즈 게이트는 시간까지)를 도입했고, 공의 경계는 책갈피(신판은 띠지인 것 같던데..)를 통해 연표를 별도로 제공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7번국도>는 그러한 배려도 없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나로서도 한 번 읽고나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뭔가 좀 판타지스런 제목이다, 싶었는데, 내용에도 은근히 허구가 많다. 비틀즈의 <Route 7>이라거나 하는 요소들. 부틀렉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그런데 그런만큼, 확실히 소설이 굉장히 인상깊은 것도 사실. 머릿속에서 딱히 어떤 이미지 탁, 하고 그려지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한 번 읽으면, 머릿속에 깊게 무언가가 남는다. 비슷한 스타일의 작가는 아니지만 서정인 작가의 단편집 <강>을 읽었던 때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사실, 옴니버스라고 해도 무방한 <공의 경계>나,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슈타인즈 게이트>에 비해 챕터 하나 하나의 임팩트가 부족한 점이, 이 소설의 구성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거기다 이 소설은 특정 챕터가 사진만을 담는다거나, 노래 가사 형태를 취한다거나, 잡지 기사 형태를 취하는 등의 형태를 통해-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구성까지도 시도했습니다. 이 소설이 이렇게도 인상깊은 것은 어쩌면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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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매치어 2011/12/19 00:55
     addr - mod/del - rep

    7번 국도는...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저 길이 7번 국도죠. (정말로 저는 7번 국도가 보이는 곳에 삽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지식으로도 1990년대의 7번국도와 2010년대의 7번국도는 차이가 많은데 그것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썼다니 흥미롭긴 하네요.

    제 생각에는 7번국도에서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신 이유는 구공국 온라인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엄청 쌩뚱맞은 비유 같지만... 스타워즈의, 구공화국의 기사단같이- 디테일한 뭔가가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주제처럼, 7번 국도에 관련된 기억이 없어서 공유할 것이 별로 없다면 별다른 흥미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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