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순대국, 7000원.호반 순대국, 7000원.

 

순대국에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내가 처음 막 대학을 들어왔을 때, 동아리에 처음 왓을 때 형들과 함께 자주 갔던 식당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미 명성을 잃고 (당시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표현인 것 같지만) '창렬하다'는 느낌이 되어있었던 식당이었지만, 그래도 내 대학생활 그 자체였던 식당 중 하나여서 꽤 애착이 큰 식당이었다. 복학한 이후 오랜만에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그 식당을 들렀고, 그리고 아마 앞으로는 가지 않으리라. 여전히 그곳은 부실했고, 그럼에도 사람은 꽤 있었지만, 역시 다시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 곳이었다.

 

그러고보면, 순대도 꽤 좋아하지만 순대국은 정말로 좋아하는 모양이다. 내가 가던 식당은 이제 뭔가 '공장제 대량생산'인 것만 같은 할매순대국에 밀려 자주 가지 않게 되었고, 그 아쉬움을 달래줄 식당이 필요했다. 사실 국밥류라고 하면 돼지국밥을 최고로 쳤던 순천사람이라, 뭔가 갈망이 있었다. 더 맛있는 순대국!

 

그러다 창경궁 야간개장 길목에 마주친 곳이었다. 직접 마주친건 아니었고, 인터넷에서. 위치만 놓고 보면 정말 숨겨진 맛집 그 자체다. 딱 하나, 이미 신문까지 탔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라는 점만 빼면. 우리가 갔을 땐 이미 사람으로 바글바글했고, 심지어 거의 대부분이 예약되어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40분 정도라도 괜찮냐고 물어서 냉큼 들어갔다.

 

 

 

식당은 전형적인 한식집. 깔끔한 요즘 스타일이 아니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식당이다. 개인적으로는 신발을 벗는 것보다는 의자가 있는 자리를 선호하지만, 그래도 이런 식당도 나쁘지 않다. 지방에서 쉽게 보기 쉬운 그런 분위기의 식당이지만,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식당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식당인 것인지 아주 깔끔했다. 가끔 밥을 먹으러 다니다보면, 맛은 정말 좋은데 위생같은걸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식당을 자주 마주하곤 하는데, 여긴 그런 걱정이 없다.

 

반찬도 깔끔하다. 전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반찬에 꽁치가 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꽁치도 괜찮았다. 사실 다른 반찬은 많이 먹지 않았다. 반찬이 나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순대국에 신나서.

 

유명한 맛집이고, 실제로 실망시키지 않는데다 7,000원의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다. 앞서 말했던 '할매순대국'이 특을 기준으로 6,000원 정도라고 한다면, 속된 말로 '살아있는' 순대국을 먹는데 그 정도의 가격차이는 용서해줄만하다. 친구와 함께 갔는데 국물 색깔이 살짝 달랐다. 이게 뭐 일종의 고객맞춤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만족스럽게 먹었다. 순대와 고기는 실하고, 국물은 딱 좋다. 밥 절반은 건더기와, 절반은 국물과 먹어도 좋다. 국물과 고기, 무엇도 놓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옳으리라.

 

사실 아주 놀라운 맛은 아니다. 물론 그건 내가 맛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 다른 순대국을 생각한다면 저말 맛있는 것도 사실이고, 거기다 사실 순대국으로 얼마나 대단한 맛을 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순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서울에서 한식류를 먹으면서 "이렇게 맛있는게?" 해본 기억이 많지 않다. 그건 아마 전남이나 순천의 음식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고, 음식을 만드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일 터다. 물론 순천에서 순대국밥을 그렇게 많이 먹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이런 식당은 우리 주변에 있어서 반갑고 또 좋다. 다를 때는 얼마나 기다려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당한 가격과 물리지 않는 맛이 좋다. 종로에서 밥을 먹어야할 일이 없다면 여지없이 향하고 싶은 곳이다.

 

총평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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